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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김재구 교수] ESG 열풍과 기업경영의 과제
등록일 11-22 조회 1464

ESG 열풍이 우리나라 기업과 자본시장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UN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 책임투자원칙)가 2006년 제시한 ESG라는 용어는 투자 의사결정 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공시와 관리수준을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ESG에 대한 유례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영향력과 뜨거운 관심 때문에 이것이 거품이 아닐까라고 보는 이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ESG 이슈는 한때 유행으로 지나간 경영 이슈 등과는 다른 양상으로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이 사회와의 바람직한 관계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해온 노력이 이제 비등점을 맞이하여 끓어오르는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팬데믹 위기와 함께 부각된 기후위기는 글로벌 사회, 특히 기업에게 긴급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후환경을 비롯한 사회문제에 대하여 기업이 나서서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먼저 자본시장의 큰 손인 연기금 그리고 블랙록과 같은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그간 비재무적 가치라고 생각했던 ESG를 강조하고 이를 고려하여 기업 전체의 가치를 제고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에게 ESG경영에 대한 활동과 성과를 보고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투자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시장 관련 기관들이 공시 의무화 등 제도 정립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업은 사회라는 땅을 기반으로 성장합니다. 고객 그리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의 사명이 씨앗이 되어 이 땅에 떨어지고, 공동선과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뿌리를 내려 사회가치경영이라는 몸통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고자 하는 기업의 정책과 실행 역량들은 가지로 뻗어나서 결국 경영성과라는 열매를 맺게 해줍니다. ESG는 기업이라는 나무의 열매를 점검하고, 가지치기해줌으로써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서 대단히 유용하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기 위해 경영시스템을 변화시키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SG경영은 바로 ‘철학이 전략에 내재화 된 경영’입니다. 과거의 전략 개념과 달리 오늘날 ESG시대가 요구하는 전략은 기업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과 기업 그리고 기업가들의 철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ESG경영은 우리 기업의 사명 즉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바로 우리 기업이 왜 창립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우리 기업의 근본이 되는 가치와 기업경영의 기본 원리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오늘날 탁월한 경영을 통해 지속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이러한 기업의 사명을 기반으로 정책과 경영관행들을 설계하고 근본 가치와 위배되는 것은 아무리 수익이 좋다하더라도 채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성장해왔습니다.

ESG경영의 전략적 가치는 이러한 철학에 기반한 경영관행들을 통해 고객에게 경쟁자들이 줄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해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더불어 이를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만들어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줍니다. 즉, 좋은 일을 행하는 것(Doing Good) 뿐만 아니라 탁월한 경영(Doing Well)에 이르러 ESG경영의 성과를 나타내게 합니다. 기업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대하여 기업가와 조직의 철학이 정비되지 않은 ESG경영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사명에 대한 신념과 경영철학, 기본 원리 및 정책이 공고히 구축되고 이것이 내재화 되어 조직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깊이 자리 할 때 ESG경영은 ‘가치 프리미엄’을 창출할 것입니다.

ESG 경영의 대표적 사례가 홀푸드 마켓입니다. 창업자 존 맥케이는 '깨어있는 자본주의'라는 저서를 쓴 바도 있는데, 철학과 신학을 전공한 사람이며,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철학적 가치와 정합성을 이루는 취업 가능한 조직을 찾지 못해 본인이 직접 창업을 하였습니다. 유기농 등 고객에게 안전하고 최고의 품질을 갖춘 식품을 제공하여 신뢰브랜드를 구축하였습니다. 홀푸드 마켓은 15년 전인 2006년 당시에도 포춘 500대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자사가 사용한 전기에너지만큼 대체에너지(풍력) 크레딧을 구매하여 왔습니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품 구매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소비활동과 자신의 가치지향을 동질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홀푸드 마켓이나 유니레버가 보인 ESG 경영은 '가치 소비자'들과 만나는 경로이자 방법이었습니다.

코로나 위기와 같이 환경변화가 클수록 기업의 ESG경영이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ESG투자에서 중시하는 TCFD나 SASB 등의 보고 틀을 따르면 리더십과 거버넌스, 경영전략, 비즈니스 모델, 지표와 목표, 위험관리, 운영 및 성과, 이해관계자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원재료, 제조과정, 배송과 폐기 등 기업전체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처럼 ESG경영을 통해 경영활동을 변혁하려면 예산과 전담조직, 충분한 자원이 투입되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 경영자가 의사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기업가의 선택과 행동이 기업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재구